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참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알기 원합니다. 캄보디아는 지난 1년간 이상하리만치 코로나부터 나름 조용한 곳이었는데 최근 들어 매일 백여 명씩의 지역사회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킬링필드의 역사 때문에 무의식 가운데 불안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지금의 코로나 상황은 더없이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사실 확진자 관리, 접촉자 관리를 비롯해 그 어떤 코로나 대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참으로 암울하지만 부디 하나님께서 이 땅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위정자들에게 지혜를 주시길 간구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헤브론병원 직원들이 어제 코로나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NGO병원이라 감사하게도 예방접종 신청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접종 허가가 났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지인 직원들만 접종 허가가 나서 한국인 선교사들은 오늘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희 가정을 비롯해 헤브론병원 한국 선교사님들도 속히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진료를 받으러 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헤브론병원 내원 환자들의 대다수는 지방에서 오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감염자들이 속출하면서 이 나라 총리는 각 지방이 자체적으로 락다운을 결정하도록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놈펜을 제외한 지방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자체 락다운을 시행하게 되어 환자들이 마을을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한 프놈펜 내의 감염자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며 병원에 오기를 꺼려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현재 일일 내원 환자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속히 이 안타까운 상황이 호전되어서 치료를 받아야 되는 환자들, 복음을 들어야 되는 환자들이 편하게 내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난달 말 가동이 시작된 혈액투석실은 감사하게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내원 환자 수가 적어 좀더 많은 환자들이 헤브론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한달 평균 투석치료 비용은 이 나라 사람들 월급의 2-3배를 웃도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투석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저렴한 비용의 헤브론병원 투석실에 꼭 치료가 필요한 가난한 환자들을 많이 보내주시길 기도합니다.

헤브론병원에는 가끔 한국 환자가 입원합니다. 이번 달에는 제 또래의 남자가 심한 게실염으로 입원하였습니다. 몸에 문신이 많은 카지노 직원이었는데 입원 중에 몇 가지 호흡기 증상이 발생해 CT도 찍고 국립 검사 기관에 가서 코로나 검사까지 하는 등 이 환자와는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코로나가 의심된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현지인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크게 동요하는 바람에 몹시 힘든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나라 사람들은 킬링필드로 인해 기본적으로 불안 지수가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가장 민감한 코로나 이슈가 더해지니 동요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키기가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CT영상을 한국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친구에게 보내어 판독 받아 보여주며 코로나가 아니라고 설명을 해 주어도 이미 두려움에 사로잡힌 직원들은 도무지 진정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때마침 국립 검사 기관에서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왔고, 음성확인서 실물을 직접 확인시켜 주자 그제서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주치의인 제가 이 환자와 접촉한 시간이 가장 많았고 혹시라도 이 환자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 병원 문을 최소 2주이상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속으로는 염려가 되었으나 의사로서의 도리는 다해야 하기에 저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여느 때처럼 지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지나치게 염려하고 불평하는 현지인 의사와 간호사들을 보면서 제 안에 짜증과 분노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결국 저는 코로나 의심 환자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 있다고 찾아온 레지던트 두 명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사실은 외래 진료를 온 어떤 환자가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다른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하러 온 것이었는데, 저는 이들이 또 코로나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 환자에 대한 불평을 말하러 온 줄로 착각해 순간적으로 제 안에 쌓여있던 짜증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곧바로 메시지를 보내 언성을 높이고 흥분한 것에 대해서 사과를 했지만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했습니다. 사실 현지 의사들과 아침마다 큐티를 할 때 성령 하나님께서 종종 드러내주시는 저의 온전하지 못한 모습 중 하나가 분노였습니다. 특히나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그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볼 때 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얼마나 분노가 많은 자인지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이 시대의 순교는 혈기를 죽이는 거라고 하였는데 저의 이 혈기와 분노도 주님의 말씀과 은혜로 성화되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한편, 이 한국 환자는 게실염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호흡기 질환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로 한국행을 택해 귀국했습니다. 퇴원하는 날 간단히 복음을 전하고 전도지와 큐티책을 선물했는데, 아직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자가격리 기간에 큐티책의 묵상간증 글을 꼭 읽어보라고 권면하고 헤어졌는데, 이 환자 분이 회개하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거듭나는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저희 가정을 염려해주시고 또 중보해주셔서 개인적으로는 지난 한 달간 은혜 가운데 감사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온지 만 2년이 지나가면서 솔직히는 몸과 마음이 조금씩 지쳐감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욥기와 시편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하나님 앞에 좀더 깊이 나아가 머물러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욥기 말씀은 늘 제게는 버겁고 또 쉽지 않은 말씀이었는데, 제 삶의 이유와 목적이 하나님 자체임을 깨닫게 해주셔서 “보소서 나는 비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리이까.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 라는 욥의 고백이 처음으로 조금 이해가 되고 동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편 68편,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 곧 구원의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 라는 말씀을 통해, 비천한 나를 돌보시고 인자와 진리로 함께해주시는 하나님 앞에, 그저 살아있는 매일의 순간이 기적이고 은혜임을 고백하며 감사와 찬송을 올려드리게 됩니다.

아내와 수아, 영찬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 드립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휴교령, 스포츠 금지령, 종교집회 금지령도 장기화되는 상황이라 아내가 하루 종일 수아와 영찬이를 돌봐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늘 홈스쿨과 홈전쟁의 경계를 오갑니다. 아내는 헤브론 간호대 학생들을 섬기기 위한 자격 요건 충족을 위해 방통대 간호학 석사과정 수업도 병행하고 있어서 삶이 더욱 버거워 보입니다. 아내와 수아, 영찬이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주님께서 강건히 지켜주시기를 간구합니다.

한국에 있는 남은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 가지 기쁜 소식은 장인어른께서 이번 달에 드디어 세례교육을 마치시고 학습교인이 되셨습니다. 정식 세례는 6개월 뒤인 9월경에 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 기간이 순적하게 지나가서 장인어른께서 세례교인으로서 성찬에도 참여하시고 주 안에서 다른 형제자매들과 평안을 누리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흘러 떠내려갔던 처제도 다시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라기는 이 기회에 청년부 등록까지 하였으면 합니다. 믿지 않는 아버지, 형님 가족, 장모님의 구원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늘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람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이수아, 이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캄보디아의 코로나 확산세를 막아 주시고 헤브론의 한국선교사들에게도 백신 접종의 기회가 속히 오도록
2.   지방 곳곳의 락다운으로 헤브론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의 건강을 붙들어 주시고 다시 내원할 수 있도록
3.   혈액투석실에 더 많은 환자를 보내어 주시도록
4.   한국에 간 게실염 환자가 큐티책 묵상간증을 읽고 예수님을 믿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5.   혈기를 죽이고 하루하루 감사와 찬송으로 나아가도록
6.   계속 집에 있는 아내와 수아, 영찬이의 영육간의 강건함을 위해
7.   한국에 남은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아버지, 형님 가족, 장모님), 장인어른과 처제의 신앙의 진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