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이제 고국은 완연한 봄이겠지요? 동역자님들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각 가정마다 주님의 평강이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캄보디아는 이번 달 중순부터 프놈펜과 지방 대도시의 락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자고 일어날 때 마다 어김없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있는 일일 확진자 수를 볼 때 락다운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100, 200, 300,…이러면서 어..어… 하는 사이에 단숨에 800명대까지 왔습니다. 사망자도 매일 몇 명씩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날이 갈수록 젊은 사망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최연소 사망자는 23세 입니다. 정말 꽃다운 나이에 단지 캄보디아에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유명을 달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교민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간 한국인 확진자는 2-3명 정도 있었지만 한국인 사망은 처음입니다. 이분 역시 캄보디아의 열악한 환경 가운데 코로나에 걸리셨기에 아직은 한창 일하실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지금 캄보디아의 코로나 상황은 엄중하다고 보여집니다. 이 나라 기간산업인 봉제공장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이 살고 있는 가옥 구조는 대부분 원룸입니다. 옛날 가난했던 한국처럼 한 방에 온 가족이 혹은 동료 노동자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룸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급속도로 전파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지역은 특별히 적색지역으로 지정하여 더욱 강력한 락다운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확진자가 나온 어떤 공장은 그대로 문을 걸어 잠그고 못 나가게 하여 노동자들이 미싱 밑에서 잠을 자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강도의 봉쇄 정책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 공급이 끊겼다고 항의하는 시민들이 바리케이트까지 몰려나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제적 예방 조치를 취할 여력이 없는 캄보디아이기에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글프고, 이렇게 큰 타격을 입은 가난한 사람들이 코로나가 안정된 다음에 다시 일어설 힘이 남아 있을지 의문도 듭니다.

의료적으로는 일단 확진자 수가 가용 병상 수를 넘어선지 한참 되었습니다. 코로나 지정병원만으로는 도저히 수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이 중단된 실내체육관, 대형연회장 등에 미친 듯이 병상을 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대기 환자수가 하루 30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병세가 위중할 시 이용할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워낙 이 나라는 큰 병원에도 중환자실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있다 해도 한국처럼 거대한 유닛이 아닌 그냥 구색 맞추기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환자 병상은 진작에 다 찼을 뿐 아니라 앞 환자가 사망해야만 내 차례가 오는… 아니, 앞 환자가 사망해도 내 차례가 올까 말까 한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캄보디아의 의료체계 붕괴는 시간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캄보디아의 코로나 확산을 막아주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헤브론 병원은 본격적인 락다운 이후 내원 환자수가 일일 5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어쩔 땐 30명대인 날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평상시 300명 전후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정책 상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발생한 병원은 2주간 문을 닫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 하나 감사한 것은 현지 의사들이 진료부 회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코로나 대응책을 마련하며 더욱 안전한 병원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입구 진료소를 설치하여 내원 환자들을 1차적으로 스크리닝한 후 코로나 의심자는 그 자리에서 코로나 지정병원으로 보내고 이를 제외한 환자들만 본관으로 들어와 추가적 진료를 받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선교사역이 지속적인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선교사 혼자서 열심히 많은 일들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또 섬기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위기의 때에 현지 의사들의 리더십을 보게 되니 참 기뻤습니다. 사실 저는 기획력도 실행력도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 능력으로 잘 감당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현지인 의사들에게 기회를 주니 제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성실하게 잘 해내는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현지 의사들이 더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해가기를 소망합니다.

  또 한 가지 기쁘고 감사한 일은 고국 역시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헤브론병원과 캄보디아를 기억해주시고 조금은 특별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던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영양의학에 대해서 공부했던 스터디 그룹이 있습니다. 지금도 종종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는 존경하는 선생님들이십니다. 최근 건강관련 도서를 출간하신 J 선생님께서는 캄보디아 환자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하시며 첫 인세 전액을 기부해주셨습니다. 뒤이어 B 선생님께서는 환자 진료와 레지던트 교육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무선 휴대용 초음파 기계를 후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는 여러 선생님들께서 함께 책을 번역하시고 받은 번역료 전액을 헤브론병원 소아환자를 위해 사용해달라고 기부해 주셨습니다. 기부에는 기부하는 사람과 기부를 받는 수혜자 그리고 그것을 목격한 자 모두를 기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중에는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기꺼이, 그리고 앞장서서 후원에 동참해주신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습니다. 락다운과 캄보디아의 위중한 상황들로 인해 침체된 마음을 놀라운 기적으로 회복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마음 고생을 조금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워낙 저는 스트레스 내성이 낮고 그릇이 작은 사람이다 보니, 병원의 안전하지 않은 코로나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 불안해하며 불평을 하는 의사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이들과 한 마음을 이루는 것이 참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가 많이 기대했던 3년차 레지던트 한 명이 약혼 후에 지각이 잦아지는 등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길래, 얼마 남지 않은 수련기간 끝까지 마무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 레지던트가 삐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어린 친구라 제 말이 곱게 들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들을 귀가 없는 친구에게 적절치 못한 타이밍에 말을 했던 점은 저의 잘못이라는 것이 인정이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지혜요 지혜는 타이밍이라는데, 때를 잘 분별하여 지혜롭게 말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캄보디아의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지라 아마도 올해 말까지 계속 휴교령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에 온지가 2년이 넘었는데 학교에 갈수 있었던 날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아와 영찬이가 그간 배운 것들 마저 점점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온라인 수업 중에 영찬이가 한 두 문장의 간단한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해야 하는데 말을 못해서 선생님이 대신 말해주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학교에 가게 되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참으로 좌절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휴교로 인한 아이들의 학력저하를 커버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락다운 상황에서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외부 상황에 대처하면서 매일 여전한 방식으로 살림하고, 아이들 돌보고, 싸우는 것 뜯어말리고, 공부까지 봐줘야 되는 고난의 잔을 매일 병원 출근으로 피하게 하여 주심에 감사할 지경입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캄보디아의 코로나를 빨리 잠재워 주시고 학교에 갈수 있게 도와주세요~’하고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아이들의 기도에 신속히 응답하여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기도제목>>

  1. 캄보디아의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특별히 중환자가 많이 발생되지 않도록.
  2. 헤브론병원이 코로나 청정구역을 유지하여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이 계속하여 올 수 있도록.
  3. 현지인 의사들이 계속하여 자발적으로 병원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며 성장해 나가도록.
  4. 때를 잘 분별하고 지혜롭게 말하는 자가 되도록.
  5. 아이들과 아내가 휴교 기간 지치지 않고 맡겨주신 학업을 잘 감당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