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모두들 주 안에 평안하신지요? 부디 주님의 은혜 가운데 강건하시길 기원합니다.

안타깝게도 헤브론병원 직원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두 명이나 발생하면서 급기야 향후 2주간, 거의 6월 중순까지 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직원 모두 외부 감염이 강력하게 의심되는데, 첫 번째 직원은 병원 근처에서 혼자 자취하는 병동 간호사로 밤근무 중에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접촉자도 적었고 빨리 격리가 되었습니다. 이 나라 보건부에서 실시한 직접접촉자들 신속항원검사가 모두 음성이 나와 이들을 자가격리시키고 병동만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져 병원 문을 닫는 것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시설관리부 직원이 또 확진이 되어 자체적으로 병원 문을 2주간 닫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의사들의 고민과 노력 속에서 환자들 스크리닝을 하는 시스템을 잘 정착시켜서 적용 중이었는데 이렇게 내부에서 환자가 발생하면서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확진 받은 직원 두 명은 코로나 격리 수용소로 이송되었습니다. 이 곳은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확진자들을 한꺼번에 격리하는 장소인데 특히 시설관리부 직원은 아내도 확진을 받아 어린 아기까지 온 가족이 이 곳에 격리되었습니다. 이들이 잘 회복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더 이상 헤브론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불면증과 두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참 부끄러운 것은, 이 스트레스의 주된 이유가 한국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까봐 염려하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 2주간 병원 문을 닫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병동 간호사 10명과 당직 의사 2명이 직접접촉자였고 나머지 병동 간호사와 저를 포함한 대다수 의사들이 간접접촉자였기 때문에 혹시 모를 추가 환자 발생을 염려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는 병동만 닫고 직접접촉자만 자가격리 후 외래진료는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병동 간호사가 확진 되기 바로 직전에 한국교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한국 마트에서 직원 중 확진자가 있었음에도 문을 닫지 않고 이틀간 영업을 지속한 사례가 밝혀지면서 한국교포들의 엄청난 분노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목격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저를 포함한 헤브론병원 역시 이러한 비난의 대상이 될까 봐 두려워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아침 큐티시간에 현지 의사들과 함께 나눔을 해보니, 제가 속한 소그룹의 의사들은 투석환자 및 외래 암환자 등의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외래진료는 지속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원장님의 판단과 결정도 결국은 캄보디아 환자를 위한 결정이었는데, 저는 그저 비난 받는 것이 두렵고 싫어서 병원 문을 당분간 닫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회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비난에 대한 염려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는 아닙니다. 두 번째 환자가 발생하면서는 상황의 위중함 때문에 결국에는 병원 문을 2주간 닫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지만 왜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문을 안 닫고 두 번째 환자가 발생하니까 문을 닫느냐 하는 비난, 혹은 이 두 환자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외부 감염으로 사료되지만 이런 상황을 모르는 외부인들에게는 병원 내 감염으로 비추어질 것 같은 염려도 있습니다. 사단이 주는 과도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 이런 염려가 떨쳐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병원과 현지 직원들 그리고 환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고 비난에 대한 염려를 벗어버릴 수 있도록 중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원장님을 비롯한 리더분들에게 지혜와 분별의 은혜를 주셔서 이 어려운 상황들을 잘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비단 이번 사건 뿐 아니라 과거에도 종종 제 생각을 원장님께 말씀을 드릴 때가 있는데 많은 부분에서 원장님과 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러면서 제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좁은 시야와 치우친 편견에서 비롯되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원장님은 얼마나 더 큰 스트레스 가운데 있을지, 그리고 그 어깨에 지워진 책임과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안됩니다. 제 부족함을 볼수록, 이런 제가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인간적인 생각과 염려로 원장님께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악인의 자리에 서지 않기를 주의해야겠습니다.

헤브론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저와 제 가족은 주변 한국인들로부터 기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장기간 학교도 가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유일한 낙 중의 하나인 피아노 학원도 2주간 못 가게 되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까지 더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향후 2주간 집에서 머물면서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내는 삼식이가 한 명 더 생기고 또 신경 써야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겨서 썩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영찬이는 저랑 더 많이 놀 수 있다고 좋아합니다. 집에 머무는 동안 고생한 아내를 조금이나마 돕고 아이들과도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코로나 확진을 받은 병동 간호사와 시설관리부 직원 및 가족들의 쾌유를 위해
  2. 헤브론병원에 더 이상의 코로나 환자 발생을 막아주시도록 (병원 휴원으로 많은 환자들의 치료가 지연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3. 병원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 원장님을 비롯한 리더십에 지혜와 능력을 더하여 주셔서 상황을 잘 분별하고 적절히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4. 제가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를 벗어버리고 사랑과 지혜로 덧입혀지도록
  5. 가족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2주의 휴원 기간 동안 가족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