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모두들 하나님의 은혜 안에 평안하신지요? 엊그제 기도편지를 보냈던 것 같은데 유난히도 빨리 지나간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달 말에 병원 직원 중에 코로나 확진자 두 명이 발생하면서 병원 문을 2주간 닫게 되었었는데 감사하게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다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재개원 이후에도 일부 직원들은 가족이나 룸메이트 중에 확진자가 생겨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 출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내원 환자수도 많이 줄어서 병원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리더십의 고민과 염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선교사들과 교민들 가운데에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올 해 내내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코로나 여파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월급이 삭감된 반면 물가는 상승하고 있어 그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침 큐티 시간에 현지 의사들에게 한달 지출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 레지던트 부부의 경우 한 달에 식비로 150불에서 200불, 월세 80불, 오토바이 기름값 25불, 양가에 드리는 재정 지원 150불, 다 합치면 400에서 455불 정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에는 물가가 올라 식비가 더 나올 때가 많다고 하고요. 이 가정의 식비 200불은 한 사람당 100불, 하루 3불, 한끼에 1불 정도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캄보디아 길거리 음식을 보면 1불 이하인 음식들이 많이 있지만 외국인들은 거의 먹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 끼당 1불이 넘으면 비싸고 부담된다고 느끼는 현지 의사들이 많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함께 지내는 현지 의사들이 이렇게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들으면서 참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은 더 질 낮은 음식들을 먹으며 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현지 의사의 여동생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야채가 거의 마켓에서 상해서 폐기 처분하는 수준의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지인들 앞에서 저는 그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우리 하나님께서 이 땅을 불쌍히 여기시고 보호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한 대다수 병원들도 형편이 어려워 더 이상 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7월 말 수련을 마치게 되는 3년차 레지던트들 역시 일할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장님의 선처로 이들 모두 8-9월 두 달간은 헤브론병원에서 더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차 N 의사는 이 결정이 자신의 기도응답이라며 크게 감사해 하였습니다. 사실 3년차 중 가장 의학적으로 탁월한 L 의사는 새로 생긴 혈액투석실 담당으로 9월 이후에도 헤브론병원에 남게 되었습니다. 반면, R의사의 경우는 레지던트 중 유일하게 정형외과 진찰 및 근골격계 초음파가 가능하고 주사 요법도 열심히 공부해서 스스로 습득하는 등 L 의사 못지않게 실력이 탁월하지만 헤브론병원의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헤브론병원에 내원하는 정형외과 환자들, 특히 통증 환자들을 생각하면 R 의사가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환자들이 겨우 진통제나 처방받고자 그렇게 먼 곳에서 고생고생 하며 헤브론병원을 찾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3년차 레지던트 4명은 모두 신앙도 좋고 성품도 좋은 친구들이어서 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 제게도 참 행복하고 기쁜 시간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어떻게 이들을 축복하시고 또 사용하실지 한 명 한 명의 미래도 늘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 가운데 이런 소망함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기도편지를 읽어보시는 분들 중에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분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소망입니다. 특히 R 의사의 경우 내원 환자들을 생각할 때, 이 친구에게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지정 후원금이 모아진다면 자원봉사 의사(volunteer doctor)로 헤브론병원 정형외과에서 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혹은 이 친구가 헤브론병원을 떠나 동네 의원(이곳에서는 캐비넷이라고 부릅니다)을 개원한다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썩히지 않고 환자들에게 베풀 수 있도록 통증 치료 장비나 물품을 후원하거나 온라인으로 이 친구를 교육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자원하는 분들이 나타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물론 추후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나면 한번씩 직접 오셔서 함께 교제도 하고 또 오프라인 교육도 가능할 테고요. 이 외에도 다양한 관심 분야와 필요가 있는 여러 현지 의사들에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캄보디아로 부르셨을 때 제가 주님 앞에 고백한 것이 있습니다. 주님, 저는 이들을 섬길 능력도 가르칠만한 실력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서 저의 부르심은 다리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 주위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현지 의사들과 이 훌륭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면 되겠구나! 저는 여전히 이 부르심이 저의 부르심이라고 믿습니다. 그저 다리 역할을 하는 것. 한국에서 편하게 이곳에 다녀갈 수 있도록 터를 만들어드리고 또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멘토로 혹은 선생으로 섬겨줄 수 있는 분들을 연결해드리는 것. 저의 부르심은 이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기대하며 기도하고 또 소망합니다. 그저 저는 이곳에서 묵묵히 바닥이 되어드릴 테니 각양각색의 은사를 가지신 멋지고 훌륭한 분들이 마음껏 그 은사를 펼치고 또 도움이 필요한 이 현지 의사들을 잘 가르쳐주시고 또 섬겨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혹시 이 가슴 벅찬 비전에 함께 하고픈 분들이 계시다면 제게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지 의사들에게도 또 함께하는 분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고 기쁘고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우리 주님께서 너무 기뻐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지난 2주간의 휴원 기간이 병원에는 너무 큰 타격이 있는 시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푹 쉬고 재충전 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디에도 편히 나다닐 수 없는 캄보디아 상황이기에 거의 집에서만 있었는데 읽고 싶었던 신앙서적도 읽고 아이들과도 함께 보내면서 제대로 안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병원 휴원으로 인해 얼떨결에 쉬게 된 것이었지만 왜 이런 안식의 시간이 필요한지 몸소 체험한 기간이었습니다. 모 국제선교단체에서는 안식년을 사역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서 반드시 첫 번째 안식년만큼은 고국에서 제대로 보낼 수 있도록 한다고 들었는데, 2주간의 짧은 휴식 기간이었지만 안식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저는 이렇게 2주간을 쉴 수 있었지만 아내는 한 명 더 늘어난 삼식이로 인해 더욱 바쁘게 지내야 했습니다. 원래는 집에 머무는 동안 고생한 아내를 조금이나마 돕고 아이들과도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였으나 결국 아내를 돕지는 못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캄보디아의 상황이 어떻게 될 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지만 계속하여 저희 가족이 영육간에 강건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캄보디아와 헤브론병원을 코로나로부터 지켜 주시도록
  2. 이영돈 원장님 내외분 검진 차 7-8월 한국에 가시는데 그 동안 병원이 무탈하도록
  3. 캄보디아의 경제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현지인들의 고통을 감해주시도록
  4. 갈 곳 없는 3년차 레지던트들의 일터를 주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예비하여 주시도록
  5. 헤브론병원 레지던트들의 성장을 위해 여러 모양으로 돕는 손길들을 예비하여 주시도록
  6. 가족의 영육간의 강건함을 위해
  7.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지켜 주시고 믿지 않는 가족들(아버지, 형님 가족, 장모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