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소식 | 이치훈 선교사

주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전세계가 아직도 코로나 재앙의 고통 가운데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동역자님들은 평안하신지 여쭙는 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 고난의 때에 더욱 주를 바라보고 우리의 삶을돌아보며 사랑과 선행의 삶을 지속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헤브론병원 역시 계속하여 코로나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월초부터 환경미화 직원 두 명이 확진을 받아 강제격리 시설로 끌려갔습니다. 선교사 식당 직원은 어머니가 확진을 받아 코로나  치료병원에 입원했는데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현지인 치과의사인 B의사도 코로나 확진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저 역시 내원한 확진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부축하고 이동을 도우며 밀접 접촉자가 되어 자가 격리를 하였습니다. 그 확진자는 캄보디아의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라타나끼리에서 사역하시던 연로하신 선교사님이셨습니다. 선교사님은 기본적 진료 후 이 나라 국립병원으로 가셨지만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돌아가신 선교사님을 진료한 후 남긴 일기를 잠깐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로 강력히 의심되었던 L선교사님은 헤브론병원 내원 당시 산소포화도가 52%밖에 되지않고 전신상태가 불량하여 이 나라의 대형 국립병원으로 전원을 보내면서도 너무 염려가 되었다. 이런 병원들은 수액이나 산소를 달고 가거나 앰뷸런스를 타고 전원을 가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거부당하는 일이 곧잘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헤브론 도착 즉시 놓아준 수액 주사를 채10분도 지나지 않아 도로 빼고, 호흡이 힘드신데도 산소도 주지 못한 채 보내드려야만 했다. 이러한상황이 참 답답하고 좌절이 되었다. 이후 국립K 병원에 도착하여 산소치료를 받으면서 숨찬 증상이 많이 좋아지고 식사도 좀 더 잘 하신다는 소식이 왔다. 참 기쁘고 감사했다. 그러던 중 C카페에 올라온 L 선교사님의 사역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연세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크신지,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캄보디아 땅끝 오지마을까지 가셔서 현지인들을 섬기시는 모습을 보니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감히 나는 저러한 삶을 살수 있을까. 믿음의 크기가 다르고부르심이 다르다고 자위해보지만, 나는 절대 저런 헌신적인 삶을 살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입이 절로 다물어진다.

그리고 L 선교사님 부부를 시골에서부터 5시간 동안이나 운전하여 모시고 오신 P 선교사님. P선교사님은 사실 이 노부부 선교사님들과 모르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섬겨주셨다. 그 당시는 확진 전이라 모르고 섬긴 것이었지만, 확진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원망이나 불안이 아닌 온유함 가운데 하실 수 있는 섬김을 모두 완수하시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예수님을 참 많이 닮은 선교사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놈펜에 도착해서도 이병원 저병원으로 끝까지 모시는 섬김 속에서, 자기 자신은 없고 예수님과 타인만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참 멋진 선교사님이시다. 나는 저렇게 온전히 남을 위해 살수 있는 사람인가. 지금은 책임져야할 처자식도, 또 섬겨야할 병원도 있어서 쉽지가 않다고 핑계를 대본다. 그럼 10년 후에는 가능할까? 주님,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이 인생을 도와주소서.’

한편, 지난 달 기도편지에 후원 요청을 했던 R의사는 좋은 병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달에 기도편지를 작성하고 보낼때까지만 해도 기쁨과 평안 가운데 있었는데 기도편지를발송한 후 마음에 불편함이 생겼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R의사를 병원에 남게 하는 것이 맞는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 후원자들이 나타나더라도 후원 기간도 정해야하고, 무엇보다 R의사의 이력에 정식 스탭이 아닌 자원봉사 의사(volunteer doctor) 라는 경력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저의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이루어주시고 저의 뜻이라면 무너지게 해주십사 기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총 6분이 후원의사를 밝혀주셨는데 그 중 한 분께서 워낙 큰 금액을 후원하겠다고 하셔서 목표금액은 거의 이루어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연락을 받기 전에, R의사로부터 다른 병원에 지원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아직 후원금이 다 모인 상황이 아니었기에 R의사에게 일단 그렇게 진행해보라고 하였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기를 R의사가 떨어지면 그때는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자원봉사 의사로 섬겨줄 것을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며칠후 R의사가 그 병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 나의 계획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구나 라는깨달음과 함께 평안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R 의사가 취직한 병원은 장기적으로근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R 의사에게 주어진 업무가 코로나 검사와 코로나 입원 환자 관리이다 보니 3주 근무, 10일 시설 격리, 1주 휴무를 한다고 합니다. 즉, 한 달은 집에 갈 수가 없고 집에 가도 머무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R의사는 정형외과 진료와 통증치료에 관심이 커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배울 수 있는 병원으로의 이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캄보디아에서 그런 전문가를 만날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전문의선생님들과 연결되어서 얼마간 연수를 다녀오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R 의사의 진로를 위해서 함께 축복해주시고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K 의사는 3년의 수련을 마치고 프놈펜에서 차로10시간이나 걸리는 먼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K의사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가출, 형제들은 다 뿔뿔이 흩어진 깨어진가정에서 자란 친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겨우 먹고 살고 있던 이 친구에게 얼굴도 본적 없는 한국인 선교사를 통해 의대 생활 6년을 할수 있는 재정을 공급해주셨습니다. 이후에는 고향 마을 친구의 부모님을 통해서 2년의 인턴십을 할수 있는 재정을 공급해주시는 놀라운 은혜를 경험한 친구입니다. 수련 중, 둘째 아이가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도 3명의 중환자실 환아 중에 오직 K 의사의 아이만 기적적으로 살아서 퇴원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K 의사는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지냈지만 주님의 은혜를 알기에 늘 밝은 미소로 주위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남들이 꺼리는 일들도 늘 앞장서 섬겼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제가 얼마나 큰 은혜를 경험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캄보디아에 올 때 하나님의 앞서 행하심을 보고 경험하고 싶다고 고백했었는데, 하나님께서 이 친구의 삶과 간증을 통해서 제게 분명하게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캄보디아 땅을 참으로 사랑하시며 이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자녀들이 있고 그들의삶을 통해 영광받으시기를 기뻐하신다는 것입니다. 프놈펜에서 의사로서 더 배우고 싶고 더 일하고 싶지만 고향 마을에 코로나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남편도 밀접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주님께서는 이 K의사를 고향으로 먼저 부르셨습니다. 고향으로 갈 때 아내가 이 가족을 위해 준비한 여러가지 선물들과 저희 가정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중고물품을 함께 모아 전달했는데 그것들을 풀어보며 두 자녀와 함께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보내왔습니다. 저희 가정의 아주 작은 섬김이 K의사의 가정에는 정말 큰 기쁨이 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작은 헌신조차도 기뻐 받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R 의사를후원하고자 하셨던 분 중 한 분께서 R 의사의 취업으로 인해 그 후원금을 K의사 마을로 후원해주셨기에 K 의사는 직접 비상식량을 사서 집집마다 나누어 주며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가난한 마을인데다 코로나로 마을이 봉쇄가 되면서 물과 식량 공급이 원활치 않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 마을에 긍휼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K 의사와 그 가정이 이 마을에서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참 좋은 의사들을 떠나 보냈지만, 새로운 레지던트 선발을 위한 면접도 있었습니다. 9명의 지원자 중 4명을 선발하였고 이 친구들은 9월부터 공식적인 레지던트 스케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크리스찬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는데, 이 네명의 의사들을 저와 현지 의사들이 잘 섬기고잘 교육해서 훌륭한 기독 의료인으로 길러낼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오랜 기간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수아와 영찬이 그리고 많은 수고를 감당하고 있는 아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아와 영찬이가 오직 주님의 보호하심과 은혜 아래 몸과 마음과 영혼이건강하게 자라가도록, 특별히 부족한 학습량이 조금씩 늘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아내도 영육간에 강건하고 지치지 않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늘 큰 사랑과 섬김으로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이수아, 이영찬 드림.